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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책리뷰

린 인 (Lean In) -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

by kimmyfly 2020. 4. 19.

일단 책 제목부터 살펴보자. 제목만으로는 이 책이 과연 어떤 내용을 전달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저자는 현재 페이스북에서 마크 저커버그 다음으로 2인자인 여성 COO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이다. 이 책은 여성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불평등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하고 이제는 여성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 손을 들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의 편견과 선입견.. 지금 내가 셰릴 샌드버그를 얘기할 때 위에서 ‘여성으로서’ 라고 언급한 걸 보니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편견이 만연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사회에서 남성들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뿐 아니라 여성 스스로가 편견에 가두어서 앞으로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목도 'Lean In' 으로 정한 것 같다.

이 책에는 왕관증후군이 언급된다. 여성은 자신이 직무를 충실히, 제대로 수행하고 있으면 누군가가 알아보고 자기 머리에 왕관을 씌워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뜻이다.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기회를 잡으라는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기대가 컸다. 왠지 카리스마 뿜뿜에 남자도 오르기 힘든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어떤 역경을 딛고 어떤 기회를 창출하며 어떻게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자리매김 했을까, 나의 롤모델이 되지 않을 까 하는 기대를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본론부터 말하자면 음... 솔직히 실망이 컸다. 그냥 타당성에만 너무 집작한 논문 하나 읽은 느낌이랄까?

그냥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며 엘리트 코스를 무난하게 밟아 자연스럽게 사회 진출의 기회가 많았던 상위 1%의 삶을 살고 있는 여성이 ‘여성들이여, 목소리를 내라’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사회에 진출한 여성에게 더 이상의 야망을 꿈꾸기에는 현실적으로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는 결혼과 출산.. 셰릴 또한 겪은 일이기 때문에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녀의 인생에서 겪은 위기를 꼽자면 첫 번째 결혼 실패로 인한 이혼과 출산이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부터 아들, 딸 편견 없는 부모님 아래에서 가정교육도 잘 받고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후 세계은행 연구조교, 재무부 수석보좌관, 맥킨지 앤 컴퍼니에서 컨설턴트, 구글에서 글로벌 온라인 판매 및 운영 부회장을 역임했다.

그녀의 부모님은 히브리어로 ‘세상을 고쳐라’라는 뜻의 ‘티쿤 올람’과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랍비의 설교를 들으며 자란 유대인이다. 어머니는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고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의미있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쳤고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과 사회 정의에 대해 토론하곤 했다고 한다.

 

그녀는 운이 좋다. 현재 많은 기혼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것을 포기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출산이다. 일, 육아, 살림을 다 할 수 있는 슈퍼우먼은 아마 영화에서나 가능해 보인다. 육아와 살림을 기꺼이 분담할 수 있는 깨어있는 남편이 있거나, 금전적인 여유가 있어 보모를 고용하거나 옆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친정, 시댁 찬스를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자녀가 2명 있는 셰릴 샌드버그는 보모를 고용했고 자신의 일을 이해해주며 기꺼이 외조를 마다하지 않은 남편이 있었고 의사 여동생이 자신의 아이들을 돌봐주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환경이기 때문에 그녀가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자리에 올라섰다고 하기에는 그녀의 능력을 폄하하는 것 같다. 물론 그만큼 역량이 있었기 때문에 마크 저커버그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그와 협상테이블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입사했으니 충분히 능력 있는 여자인 것은 틀림없다. 결과적으로 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육아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고 해도 엄마로서 역할이 그리 만만치 않으니 잘 견뎌낸 것만은 사실이다.

 

그냥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카리스마 넘치는 역동적인 캐릭터라기보다는 자의식 강하고 수동적인 여성,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고 운이 좋은 여성으로 보여 지는 이유는 뭘까?

그녀의 글은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조심스럽다. 너무 자의식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 개인적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그녀의 열정과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